어머니의 그림자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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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그림자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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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조용한 음악이 흐르자 또다시 기어이 자신을 플로어로 끌고 나온 아들의 품에 안겨 몸을 움직이던 경자는 점점 더 포근하게만 느껴지는 아들의 품이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감은 체 아들을 따라 몸을 움직여가고 있었다.



- ..... -



그렇게 몸을 움직여가던 경자의 눈이 다시 떠진 것은 아들의 입술이 자신의 목덜미를 살짝 스치듯 지나가는 느낌을 받던 순간이었고 잠시 후 허리를 잡고있던 아들의 손에 힘이 점점 가해지는 순간 경자는 일순 당혹감이 밀려왔다.



허리를 움켜잡고 있던 아들의 손 하나가 어느새 허리 밑으로 내려오며 자신의 엉덩이 윗 부분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아들의 행동이 그저 별 뜻 없는 행동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눈을 감으려던 순간 경자는 엉덩이 윗 부분에 머물러있던 아들의 손이 조금씩 밑으로 내려오며 자신의 한쪽 둔부 전체에 머물자 다시 놀란 표정으로 감으려던 눈을 치켜 떴다.



마치 자신의 둔부를 쓰다듬듯 움직이는 아들의 손.. 경자는 그런 아들의 움직임이 그저 별 뜻 없는 행동일 것이라고 애써 다시 한번 자위했지만 잠시 후 둔부를 쓰다듬던 아들의 손에 움직임이 멈추며 둔부를 당기는 아들의 힘에 자신의 아랫배와 아들의 아랫배가 밀착되기 시작하자 경자는 황급히 손을 뒤로 돌려 아들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 .... -



아들의 손을 움켜잡은 체 시선을 드는 순간 경자의 눈에 조금 당황해하는 아들의 모습이 들어오자 이내 굳어진 표정을 풀며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 너.. 응큼해.. -

- .... -



긴장해하는 아들의 표정을 풀어주기 위해 던진 말이었지만 아들은 마치 무슨 잘못을 하다 걸린 사람처럼 더욱 긴장한 얼굴을 짓자 경자는 조금전 보다 더 환하게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 엄마 엉덩이 아직도 탱탱하지.. -

- .... -

- 너도 엄마 엉덩이 만졌으니까.. 엄마도 만질 거야.. 알았지.. -

- .... -



여전히 당황해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빙긋이 미소를 지어 보인 경자가 정태의 뺨에 살짝 입맞춤을 한 뒤 아들의 남은 한 손을 잡아 자신의 엉덩이 위에 올려놓고 자신 또한 두 손을 뒤로 돌려 아들의 엉덩이에 손을 올려놓았다.



- 이러면 공평한 거지.. -

- ..... -



환한 얼굴로 말을 한 뒤 다시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눈을 감는 엄마를 바라보며 정태는 일순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엄마의 손에 의하여 엄마의 둔부에 올라가 있는 자신의 두 손과 자신의 둔부를 잡고있는 엄마의 생각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서서히 몸을 움직여갔다.



- .... -



다시 서서히 움직이는 아들의 품에 안겨 몸을 움직이던 경자는 갑자기 두근거리는 자신의 가슴을 느꼈다. 당황해하는 아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이런 자세를 취했지만 경자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아들의 행동을 가만히 생각했다.



[ 아냐.. 그저 날 사랑해서 그런 거야.. 아버지를 대신해서 날 지켜주려 하던 아들의 별 뜻 없는 행동이었을 거야.. ]



일순간 다른 생각을 하던 경자가 이내 자신의 생각을 어이없게 여기며 다른 쪽으로 생각을 선외를 하며 다시 아들의 품에 몸을 기대갔다.



그러나 경자는 지금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그동안 작은 갈등에 휩싸였던 아들의 가슴에 자신의 본능에 따라 움직이려는 의지가 급격하게 커져버렸음을 알지 못했다. 다만 자신의 손으로 둔부에 올려 준 아들의 손에 아주 천천히 힘이 가해지며 또다시 아들의 아랫배와 자신의 아랫배가 조금씩 밀착되는 느낌 속에서 조금 전 자신이 외면했던 희미한 불안감만이 다시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만을 받았을 뿐이었다.









[ .... ]



빗줄기가 제법 가늘어진 듯 창가에 부딪치는 빗줄기 소리가 작게 들려오는 것을 들으며 경자는 어둠 속에서 멍하니 허공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이제 내일 서울로 돌아가면 남편과는 영원히 남남이 된다는 사실에 경자는 뜻밖에도 자신의 마음이 조금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남편에 대한 미련 같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생에 작은 상처를 남긴 결혼 생활을 끝낸다는 사실이 경자를 조금 무겁게 했고 자신의 이혼 이후 나타날 친정 부모님의 반응이 경자는 내심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 .... -



그렇게 무거워진 마음 때문인지 밤이 깊었음에도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던 경자가 자신의 옆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들이 너무도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자 자신 쪽을 바라보는 듯 하자 살며시 눈을 내려 감았다.



비록 눈을 감았지만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던 경자는 잠시 후 아들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고 마치 자신이 잠들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듯 하는 아들의 행동에 조금은 의아함을 가지며 여전히 눈을 내려 감았다.



- .... -



아들의 얼굴이 멀어짐을 느끼며 눈을 감고 있던 경자는 잠시 후 다시 아들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아들의 입에서 나온 뜨거운 신음이 자신의 얼굴로 향하자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지만 어둠으로 인해 경자의 그런 모습을 정태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자신의 얼굴을 내려보고 있던 아들의 숨결이 점점 얼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던 경자는 순간 몸을 움찔했다. 아들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조심스레 다가왔던 것이다. 행여 자신이 깰까봐 염려하는 듯 살며시 다가온 입술이었지만 경자는 자고있던 아들이 왜 자신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들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하던 경자는 잠시 후 아들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떠나기 시작하자 안도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아들이 여전히 자신을 내려보는 듯한 느낌에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 .... -



또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감은 체 불안해하던 경자는 자신의 가슴을 무언가 스치듯 지나가는 느낌에 당혹감을 느꼈다. 마치 물제비가 수면을 스치고 지나가듯 자신의 가슴 위를 지나가는 감촉은 분명 아들의 손이었다.



경자의 가슴은 다시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둠 속의 입맞춤에 이어 자신의 가슴을 더듬는 아들의 행동이 경자로 하여금 혼란스러움과 함께 일단의 공포감을 이끌어냈고 손끝으로 가볍게 자신의 가슴 위를 더듬던 아들의 손이 어느덧 자신의 한쪽 가슴 전체를 감싼 체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하자 어둠에 묻혀있는 경자의 얼굴에는 어느덧 경악스러운 표정이 지어지고 있었다.



경자는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지금 아들의 행동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저 자신을 향한 아들의 애틋한 감정이라고 말하기에는 아들의 움직임은 그 수위를 넘어서고 있었고 왜 아들은 자신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경자는 알지 못했다. 이미 아들의 눈과 머릿속에는 자신의 나신이 모두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아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그저 엄마라는 존재말고 다른 그림자로 다가서고 있음을 말이다.



- .... -



그렇게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아들의 손길 앞에 그저 눈을 감은 체 불안감에 젖어있던 경자가 잠시 후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던 아들의 손이 밑으로 향하며 자신의 아랫배를 지나 다리 사이로 움직이자 눈을 치켜 뜨고 말았지만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아들의 형체가 들어오자 다시 눈을 내려 감았다.



경자는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아랫배를 지나 내려가던 아들의 손이 아랫배 밑에 있는 은밀한 부분 근처까지 다다르자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고 마침내 아들의 손이 비록 옷 위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보지 둔덕을 조심스레 쓰다듬는 순간에는 자신도 모르게 감았던 눈꺼풀에 힘을 줌은 물론 아랫입술이 세차게 물었지만 정태는 그런 경자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 아.. 안돼.. ]



너무도 놀랍게 자신의 보지 둔덕 위를 쓰다듬는 아들의 행동에 경자는 아랫입술을 굳게 문체로 크게 외쳤지만 차마 그 소리를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체 가슴으로만 외치고 있었다.



경자는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행동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밀려옴을 느꼈다.

늘 예의바르고 착실했던 아들이었다. 자신을 끔찍이 위해줌은 물론 자신의 말이라면 군소리 없이 따르던 아들이 갑자기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소중한 곳을 아들이 더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자신의 보지 둔덕 위에서 느껴지는 아들에 손의 감촉이 이것이 꿈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 .... -



잠시 후 자신의 보지 둔덕을 더듬던 아들의 손이 걷어지는 것을 느끼던 경자는 조심스레 아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자 살며시 감았던 눈을 떴고 상체를 밑으로 움직여간 아들의 얼굴이 밑으로 숙여지며 자신의 보지 둔덕 위에 입을 맞추는 것이 느껴지자 다시 눈을 감았다.



[ .... ]



보지 둔덕에 입을 맞추고 다시 상체를 들어올린 아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경자는 아들이 다시 자리에 눕는 것을 느꼈고 얼마 후 아들이 잠이 들었다는 느낌에 조심스레 눈을 다시 떴다.



- 하.. -

- .... -



그렇게 눈을 뜬 경자가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 체 허공을 응시하던 순간 갑자기 들려오는 아들의 낮은 목소리에 놀란 경자가 순간 눈을 감지 못한 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조금씩 흔들리는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자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말았다.



자신에게 등을 돌린 체 누워있는 아들의 모습..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의 팔이 연신 움직이는 것이 보였고 그 움직임에 따라 아들의 하체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발견한 경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행동인지 알 수가 있었다.



- 아.. 하.. 아..... -



그리고 뒤이어 아들의 아주 낮은 신음이 연속해서 들려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아들의 몸이 경직되며 긴 한숨과 더불어 아들의 등이 돌려지자 경자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 눈을 내려 감았다.



자신을 살피는 듯 하는 느낌을 받으며 눈을 감고있던 경자는 잠시 후 아들이 침대에서 내려서는 것을 느꼈고 뒤이어 아들의 걸음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 딸칵.. ]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경자는 곧이어 샤워기의 물줄기 소리가 들려오자 천천히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 .... -



샤워를 하는 듯한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경자의 눈이 욕실 문에 고정된 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욕실에 향해있던 경자의 시선이 걷어지며 다시 자리에 누웠고 어둠 속의 허공을 응시하던 경자의 눈에 가느다란 눈물 줄기 하나가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하자 경자가 몸을 웅크리며 울음을 참아내고 있었다.



너무도 놀라웠던 아들의 행동에 경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더불어 밀려오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빠진 체 절망의 눈물을 흘렸고 그 순간 욕실 안에서는 물줄기 소리가 계속해서 경자의 귓전을 파고 들고 있었다.













- 음료수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

- 아니 됐습니다 -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묻는 스튜어디스 말에 거절을 표시한 정태는 고개를 돌려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린 체 잠들어 있는 엄마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버지를 만나지만 않았어도 엄마와 함께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거라는 아쉬움을 가지며 잠든 자신의 엄마를 가만히 바라보던 정태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이제 서울로 돌아가면 엄마와 아버지는 이혼을 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제 자신이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정태는 이번 여행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았다.



비록 아버지로 인해 즐겁지만은 않았지만 정태는 아직도 손끝에서 느껴지는 듯한 엄마의 그 중요한 부분의 느낌을 천천히 떠올렸다. 너무나도 부드러웠던 속살의 느낌.. 아마 자신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정태는 다시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잠든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 -



더욱 아름답게 보여지는 엄마의 모습..

정태는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게만 보이는 엄마를 바라보며 이제는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엄마의 모든 것을 떠올렸다.



물컹거리던 젖가슴과 탄탄 아랫배.. 그리고 그 아랫배 밑에 자리하고 있던 검은 수풀과 그 수풀 속에 숨어있던 너무도 경외스러웠던 속살의 느낌까지 정태는 이제 자신의 기억 속에 모두 생생하게 기억되는 엄마의 모든 것을 떠올렸고 문득 어젯밤 잠들어있던 엄마의 육체를 더듬으며 자신이 했던 행동이 떠오르자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인 뒤 다시 고개를 돌렸다.



[ 아버지를 대신해서 이제 엄마의 모든 것을 내가 지켜야 돼.. 모든 걸... ]



조금은 선을 넘어선 듯한 생각을 하던 정태가 눈을 감으며 잠시 잠을 청하자 그대까지 잠들어 있었던 경자가 조심스레 눈을 뜨며 고개를 돌려 정태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린 경자가 잠시 무엇을 생각하는가 싶더니 천천히 눈을 내려 감고 있었다.











- .... -



정태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서던 경자는 순간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황급히 안방으로 걸음을 옮겼고 정태 또한 경자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벌컥.. ]



- ..... -



안방 문을 거세게 열고 들어서던 경자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장롱 문을 활짝 열어 제쳤고 반쯤은 비어버린 장롱을 바라보던 경자가 다른 문을 또다시 열었다.



남편의 물건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옷가지들은 물론 남편의 물건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 한 경자가 황급히 서랍을 열기 시작했고 무언가를 찾던 경자가 힘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엄마.. -



힘없이 주저앉는 엄마를 바라보던 정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지만 경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체 열려진 서랍을 뚫어져라 응시하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의아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던 정태가 장롱으로 눈을 돌리던 순간 정태는 그제야 아버지의 옷들이 없어졌음을 느꼈고 얼굴을 찡그린 체 고개를 돌려 분노에 찬 표정으로 전화를 거는 엄마를 응시했다.











- 자.. -



반대편에 앉아있는 동석을 노려보던 경자가 동석이 내미는 종이를 바라보았다.



- 이혼 서류야.. 당신은 도장만 찍으면 돼.. -

- 그렇게 도둑질하듯 가지고 가야 했어요 -

- 뭐가.. 아.. 내 물건.. -



날카롭게 묻는 경자의 말을 되묻던 동석이 너스레를 떨었다.



- 당신하고 부딪쳐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서.. 그 편이 당신한테도 좋지 않겠어.. -

- 통장은 왜 가져갔어요.. -

- 통장.. 무슨 소리야.. 그 통장들은 모두 내 이름으로 만든 내 통장이야.. -

- 뭐라고요.. 그게 어떻게 모두.. -



경자의 목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지자 동석이 한 손을 앞으로 내밀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 당신 잊었나.. -

- .... -

- 정태를 데려가는 대신 돈은 모두 포기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잊었어.. -

- 당신.. -

- 왜 마음이 바뀌었나..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말해.. 정태를 데려가는 대신 내 재산 절반은 줄 테니까.. -

- 당신이 이렇게 나온다면 재판이라도 걸겠어.. -

- 마음대로 해.. 대신 정태 양육권은 당신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야..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태를 데려 갈 테니까.. 말했잖아.. 정태를 데려간다면 내 재산 반쯤은 포기할 수 있다고.. -

- .... -



동석의 말에 경자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태를 데려가겠다는 동석의 말이 그만큼 경자에게는 두려운 말이었다.



- 너무 걱정하지마.. 아무렴 내가 당신한테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어.. 그래도 이십 년 가까이 살을 섞고 살았는데.. -

- ..... -



살을 섞고 살았다는 동석의 말에 경자는 자신의 온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자.. 받아.. -

- .... -



동석이 내미는 봉투를 바라보던 경자가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듯 동석을 바라보았다.



- 오 억이야.. 그 정도면 집 하나 새로 사고 당신 조그만 가게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

- 무슨 소리예요.. 새로 집을 장만하다니.. -

- 그 집 내놨어.. 그 집에서 살기에는 당신도 좀 그럴 것 같아서 말이야.. 내 손때가 가득 묻어있는데.. -

- ..... -



동석의 말에 경자는 그저 동석을 노려보았다. 부부로 살다 갈라서면 아무리 남만 못하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피부로 느껴지자 경자는 동석에 증오심마저 들었다.



- 참.. 그리고 정태 학비랑 용돈은 내가 따로 부쳐줄 테니 걱정 말아.. 비록 당신 남편의 역할은 안 하기로 했지만 아버지 노릇마저 포기한 건 아니니까.. -

- ..... -

- 뭐해.. 나 바빠.. 어서 도장이나 찍어.. -

- .... -



능글맞게 말하는 동석을 노려보던 경자가 천천히 가방을 열어 도장을 꺼낸 뒤 다시 한번 동석을 노려본 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자 동석이 황급히 이혼 서류를 챙겨 안주머니에 넣었다.



- 그럼.. 나중에 법원에서 보자고.. 난 회사 때문에 그만.. -

- .... -



자리에서 일어난 동석이 황급히 자리를 뜨자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경자가 동석이 남기고 간 돈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봉투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강의를 빼먹은 탓에 시간에 쫓겨 리포트를 작성하던 정태의 눈에 책상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고개를 들었다.



수아였다.



- 바쁘니.. -

- 네 -



엷은 미소를 지으며 묻는 수아의 물음에 정태가 조금은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수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 그럼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 -

- .... -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 앉는 수아를 바라보던 정태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 ..... -



다시 한참을 리포트에 열중하던 정태가 자신에게로 향하는 수아의 시선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렸고 순간 수아가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



- 끝난 거야 -

- 아뇨 -

- 근데 왜 -

- 선배 때문에 집중을 못하겠어요.. -

- 나 때문에 -

- 네 -

- 난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

- 선배가 그렇게 계속해서 보고 있으니까.. 집중이 안되잖아요.. -

- 그래.. 미안해.. 그럼 나가서 기다릴게.. -

- 선배 -



정태가 물건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수아를 불렀다.



- 왜 -

- 같이 나가요 -

- 괜찮아.. 나가서 기다릴 테니까.. 마저 하고 나와.. -

- 됐어요.. 집에 가서 할래요.. -



가방을 챙기는 정태를 바라보던 수아가 먼저 도서실을 빠져나갔다.









- 무슨 할말 있어요.. -



수아와 함께 나란히 정문을 향하던 정태가 볼멘 소리로 물었다.



- 아니.. 그냥 보고 싶어서.. -

- .... -



수아의 말에 정태가 걸음을 멈추자 같이 걸음을 멈춘 수아가 자신을 바라보는 정태를 응시했다.



- 안 갈 거야.. 나 배고픈데 -

- 선배 정말 왜 이러는 데요 -

- 뭘.. -

- 선배 이러는 거 정말 부담스러워요.. -

- ..... -



정태의 말에 잠시 굳은 표정을 짓던 수아가 이내 미소를 머금었다.



- 부담스러워도 할 수 없어.. 내가 이러지 않으면 넌 계속 날 피해 다닐 테니까.. -

- 선배.. -

- 앞으로도 네가 날 피하면 난 계속해서 널 쫓아다닐 거야.. -

- 제가 언제 선배를 피했다고 그래요.. -

- 아니니.. 그럼..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봐.. -

- .... -



수아의 말에 정태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 거봐.. -

- 수아야.. -



정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던 순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수아가 시선을 옮겼다.



- 여기서 뭐해.. 어.. 정태 아냐.. -



정태의 선배이자 수아의 친구인 유선이 물었다.



- 안녕하세요 -

- 응.. 안녕.. 근데 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하니.. -

- 사랑싸움하고 있었어.. -

- 뭐.. -



수아의 말에 놀란 유선이 시선을 정태에게 옮기자 정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짖자 다시 수아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 기집애 농담도 작작해라.. 정태 놀래서 당황하잖아.. -

- 농담 아냐.. 진짜 사랑싸움했어.. -

- 수아야.. 너 정말이야.. -

- 그래.. 아직은 나 혼자 쫓아다니기는 하지만.. -

- 뭐.. 뭐야.. -



너무도 태연스럽게 말하는 수아의 말에 유선이 말까지 더듬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정태야 -

- 네 -



유선의 부름에 정태가 대답했다.



- 니네 정말 사귀는 거야.. -

- 아.. 아뇨 -

- 뭐야.. 아니라잖아.. 기집애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



정태의 말을 들은 유선이 수아를 바라보며 눈을 흘기자 수아가 정태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 아냐.. 진짜야.. 얘는 날 싫다고 하는데 내가 쫓아다니고 있어.. -

- 그만해.. 기집애야.. -

- 못 믿겠니.. -

- 그래.. -



수아가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에 확신에 찬 대답을 하던 순간 수아가 갑자기 정태 앞으로 다가가 얼굴을 붙잡고 입맞춤을 하자 유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수아야.. -

- .... -



너무도 놀란 유선의 목소리만큼이나 갑작스런 수아의 행동에 정태 또한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이제 믿을래.. -

- 너.. -

- 선배 -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수아의 말에 놀라던 유선이 갑자기 들려오는 정태의 고함소리에 놀라며 정태를 응시했다.



-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내가 선배 장난감이에요.. -

- 내가 언제 장난감이라고 그랬니... -

- 그럼 이게 무슨 짓입니까.. 왜 늘 선배는 항상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건데요.. 제가 분명하게 말했죠.. 난 선배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왜 사람을 자꾸만 이렇게 바보로 만드는 겁니까.. -



고함을 지르는 정태의 모습에 유선이 더욱 놀란 표정을 짓는 것과는 달리 수아는 차분하게 정태를 응시하고 있었다.



- 난 그만큼 절박하니까.. -

- .... -



수아의 말에 정태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 아무리 발버둥쳐도 넌 자꾸만 내게서 멀어지려고만 하잖아.. 그러니까 난 이렇게 해서라도 널 붙잡아야 하잖아.. -

- ... -

- 말했지.. 난 에 여자가 될 거라고.. 내 힘으로 안되면 내 주위 사람들의 힘을 빌어서라도 난 네 여자가 될 거야.. -

- 됐어요.. 선배랑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



수아의 말이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린 정태가 수아를 밀치듯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자 수아가 그런 정태를 응시했고 그런 수아를 유선이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다녀왔습니다 -

- 그래 -



들어오는 아들을 향해 조금은 무거운 표정을 짓던 경자가 방으로 들어서자 그런 경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태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탁.. ]



방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가방을 내팽겨 친 정태가 침대에 길게 누웠다.



[ 난 그만큼 절박해.. 넌 항상 나에게서 도망을 가려고만 하니까.. ]



- 후우.. -



수아가 내뱉던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정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 똑.. 똑.. ]



- 엄마.. -

- 왜 -

- 저 좀 들어가도 될까요 -

- 미안해.. 엄마 지금 혼자 있고 싶어 -

- .... -



경자의 말에 조금은 실망한 표정을 지은 체 문 앞에 서있던 정태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멀어져 가는 아들의 발소리를 들으며 불꺼진 방에 앉아있던 경자의 얼굴에 우울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이혼을 앞두고 느껴지는 남편의 배신감과 이기심이 마음을 어둡게 했지만 경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이번 여행에서 확인 한 아들의 뜻밖의 행동이었다.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마음과 행동이라기에는 선을 넘어선 아들의 행동.. 경자는 수도 없이 그런 아들의 행동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기에는 아들의 행동은 상식을 넘어서 있었고 그런 아들의 행동이 자꾸만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 모르겠어.. ]



생각에 잠겨있던 경자가 고개를 두어 번 가로젓더니 이내 침대에 엎드린 체 눈을 감아 버렸다.











- 정태야.. -

- 네 -



아침 식사를 하던 경자가 조심스레 아들을 불렀다.



- 우리 이사를 가야할 것 같다 -

- 이사라뇨..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 그렇게 됐어.. 집 구해지는 데로 바로 이사할 꺼야.. -

- 아버지 때문인가요 -

- ..... -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엄마를 바라보던 정태가 들고 있던 수저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 이곳에 들어와서 사시겠데요.. 그래서 우리보고.. -

- 아냐.. 아버지도 여기 안 들어와 -

- 그런데 왜요 -

- 여기가 싫어져서 그래.. 새로운 곳에 가서 지내고 싶어 -

- ..... -

- 괜찮지.. -

- .... -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에게 경자가 묻자 정태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어디로 이사를 가실 건데요 -

- 아직 모르겠어 오늘부터 알아봐야지 -

- 같이 다녀드려요 -

- 아니.. 엄마 혼자 다녀도 되니까 걱정 말아.. -

- .... -



말을 마친 엄마가 수저를 다시 움직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태가 내려놓은 수저를 집어 들었다.















- 이거 어디다 놓을까요 -

- 네.. 저쪽 방으로 들어가면 돼요.. -

- 네.. 어이 이쪽이래.. -

- .... -



이삿짐 센터의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는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던 경자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허리를 곧게 폈다.



- 아.. -



그렇게 허리를 곧게 펴던 순간 경자는 순간 아랫배에 밀려오는 통증에 고통에 찬 표정으로 주저앉았고 그런 경자의 모습을 발견한 정태가 황급히 경자에게로 다가왔다.



-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 -

- 어.. 괜찮아.. 아.. -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경자가 또다시 엄습하는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자 정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안 되겠어요.. 병원에 가요.. -

- 아.. 아냐.. 됐어.. 조금만 앉아있으면 괜찮을 거야.. -

-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

- 그래.. -

- 그럼 여기 가만히 앉아 계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아셨죠.. -

- .... -



아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경자가 아직 풀지 않은 박스 위에 앉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경자를 다시 한번 바라보던 정태가 다시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런 아들의 모습을 경자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아저씨.. 그건 이 쪽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

- 네 -

- 어.. 아저씨.. 그건 거기가 아니고 이쪽입니다.. -

- ..... -



이삿짐의 위치를 정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경자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져갔다.



다시 듬직한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의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한 경자는 지난번 자신이 염려했던 생각을 잊은 체 땀을 흘리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게도 느껴졌다.



- 어떠세요.. 괜찮아요.. -

- 음 -



분주하게 움직이던 정태가 경자를 돌아보며 묻자 짧게 대답 한 경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정태가 황급히 그런 경자를 다시 박스 위에 앉혔다.



- 그냥 앉아 계세요.. 제가 다 할 테니까.. -

- 이제 괜찮아.. 그리고 너 혼자 힘들잖아 -

- 괜찮아요.. 그리고 아저씨들이 다 해주시는데 뭐가 힘들어요.. 엄마는 가만히 앉아 계세요.. 아셨죠.. -



기어이 자신을 자리에 앉히고 또다시 움직이는 아들을 바라보던 경자의 얼굴에 다시 한번 미소가 번졌다.









- 휴우.. 엄마 대충 끝난 거 같은데요.. -



이삿짐 센터를 이용하기는 했지만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보니 저녁 무렵이 다 되어서야 모든 정리를 마친 정태가 경자를 돌아보며 말을 건넸다.



- 그래.. 고생했어.. -

- 제가 뭘.. 엄마가 고생하셨죠.. -

- 가서 샤워해.. 엄마는 저녁 준비할게.. -

- 피곤하실 텐데.. 우리 저녁은 나가서 먹죠.. -

- 나가서.. -

- 네.. 저 고기 먹고 싶어요 -

- 그럴까.. 그럼.. -



엄마의 동의에 미소를 머금은 정태가 이내 욕실로 향하기 시작했고 경자는 주방에 있는 그릇들을 마저 정리하기 시작했다.









- 아파트 단지는 처음이라 조금 이상하네요.. -



식사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선 정태가 어둠이 내려앉은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며 말을 건넸다.



- 엄마도 마찬가지야.. 아파트는 삭막해서 좀 그렇지 -

- 그런데 왜 아파트를 얻으셨어요.. 주택을 얻으시지.. -

- 한번 살아보고도 싶었고.. 혹시 무슨 장사라도 하게되면 아파트가 나을 것 같아서.. -

- 장사요.. 엄마 장사하시게요.. -

- 음.. 생각 중이야 -

- 장사는 왜 하세요.. 아버지가 생활비도 주신다고 그랬다면서요.. -

- 어.. 음.. 그렇기는 해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이제는 집안 살림도 별로 할 것도 없을 것 같고.. -



아들의 학비만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경자는 정태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랬기에 경자는 아들과 생활을 위해서 장사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통장에 남은 돈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장사를 시작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 그럼 대신 하나만 약속하세요.. -

- 약속.. -

- 장사는 하시는데.. 제가 졸업하고 취직할 때까지만 하시는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제가 엄마 책임 질 테니까.. 아셨죠.. -

- .... -



아들의 말이 듬직한 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경자가 아들의 팔에 손을 둘러 팔짱을 꼈다.



- 엄마.. -

- 음 -

- 매일 저녁 엄마랑 이렇게 산책을 나와야겠어요.. -

- 왜 -

- 엄마가 이렇게 팔짱을 끼고 걸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은데요.. 엄마랑 데이트하는 것 같아요.. -

- .... -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들을 올려보던 경자가 문득 지난 번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자 이내 표정을 바꾸며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춰 서버렸다. 그런데 경자가 걸음을 멈추던 순간 그에 한발 앞서 정태의 걸음이 멈춰 섰고 의아한 표정의 경자가 정태가 향해 있는 쪽으로 옮겨졌다.



- .... -



걸음을 멈추고 고정한 정태의 시선이 향해 있는 곳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수아에게로 향해 있었고 수아 또한 놀란 표정으로 정태를 응시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 너 여기 웬일이니.. -



놀란 표정을 지으며 수아가 먼저 물었다.



- 그러는 선배는 여기에 무슨 일로.. -

- 나.. 여기 살아.. -

- .... -



수아의 말에 정태가 놀란 표정을 짓자 두 사람을 바라보던 경자의 시선이 정태에게로 향했다.



- 둘이 아는 사이야.. -

- 네.. 저희 학교 선배예요 -

- 어머.. 그러니.. 안녕하세요.. 정태 엄마예요.. -



경자가 웃음을 지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 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한 수아라고 합니다.. -

- 만나서 반가워요.. 여기서 사나보죠 -

- 네.. 408동에 살아요 -

- 어머.. 우리랑 가깝네 우린 404동에 살아요.. 오늘 이사왔어요 -

- 그러세요 -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두 사람과 달리 정태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 우리 지금 저녁 먹으러 가는데.. 식사 전이면 같이 가요.. 이렇게 한 동네 사는 것도 인연인데.. -

- 엄마.. -



갑작스런 경자의 말에 당황해 하는 정태를 바라보던 수아의 시선이 다시 경자에게로 옮겨졌다.



- 정말 저 가도 되나요.. -

- 그럼요..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우리 정태 선배라는데 같이 가요.. -

- 감사합니다 -

- .... -



생글거리며 경자에게 인사를 하는 수아를 바라보는 정태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를 발견하지 못한 경자는 연신 수아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음을 옮겼고 정태는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랐다.









- 다 익은 것 같은데.. 어서 먹어요.. 정태 너도.. -

-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도 먼저 드세요.. -

- 그래요.. -



수아의 말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인 경자가 젓가락을 들자 뒤이어 수아가 젓가락을 들자 정태가 그 뒤를 이었다.



- 우리 정태 학교 생활은 잘 하죠 -



식사를 하던 경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 정태 학교 생활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거예요 -

- 왜요 -



경자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 어떤 여자가 정태 지금 죽자 사자 쫓아다니고 있거든요.. -

- 선배.. -

- 그게 누군 데요 -



놀란 표정으로 다급하게 수아를 부르는 정태를 바라보던 경자가 다시 물었다.



- 저예요 -

- .... -



순간 경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는 수아를 바라보았다고 정태 또한 당황한 표정으로 수아와 엄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 정말 아가씨가 우리 정태를.. -

- 네.. -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신의 말에 수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경자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아들을 바라보았고 정태는 붉어진 얼굴로 화가 난 듯 수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늘 저녁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

- 그래요.. 나중에 또 봐요.. -

- 네.. 정태야.. 나 먼저 갈게.. -

- .... -



자신의 인사말에 응답을 하지 않은 정태를 바라보던 수아가 경자를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서 걸어가자 경자가 정태를 바라보았다.



- 왜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해.. 좋은 아가씨 같은데.. -

- 됐어요.. 가요.. -



들를 곳이 있다고 수아를 기어이 떼버린 정태가 퉁명스럽게 말하며 걸음을 옮기자 경자 역시 정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정말 저 선배가 너 좋아하니.. -

- 모르겠어요 -

- 모르는 게 어디 있어.. 혹시 너도 좋아하는 거 아냐 -

- 아뇨.. 전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요 -

- 그래 -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아들의 말에 짧게 대답하던 경자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왠지 허전해짐을 느꼈다.



- 누굴 좋아하는지 물어봐도 되니.. -



경자의 물음에 정태가 경자를 바라봤다.



- 아직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나중에 잘 되면 말씀드릴 게요 -

- .... -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아들을 바라보던 경자가 조금은 굳어진 표정을 지으며 아들의 팔에 팔짱을 꼈다.



- 누군지 너무 궁금하다.. 우리 아들 마음을 뺐은 여자가 누굴까.. -

- 나중에 보시면 놀라실 거예요.. 얼굴도 미인에다 마음도 정말 착하거든요 -

- ..... -



들뜬 아들의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은 경자가 아들의 팔을 더욱 바짝 끌어당기며 걸음을 옮겼고 그런 경자의 모습을 정태가 가만히 응시했다.



[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예요.. 세상 어느 여자보다 아름답고 세상 어느 여자보다 제게 소중한 여자는 엄마예요... ]



가슴으로 혼잣말을 하던 정태가 어둑해져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고 그런 아들의 표정을 경자가 무거워진 표정으로 응시하며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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